
사업 실패 후 부모와 두 딸 그리고 아내를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2-1부(김민기, 김종우, 박광서 고법판사)는 존속살해 및 살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모(50대·남성)씨에게 첫 재판에서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업 실패 후 경제적 부담을 남겨주기 싫다고 가족을 살해했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고인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참작해 원심을 파기하고 검사의 구형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먹을 수면제 가루를 만들기 위한 도구도 미리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은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형 구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재판장은 “우리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 나라이기는 하지만 법관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된다”며 “(피고인이) 나도 자살하려고 했으니 검사의 구형처럼 선고해달라고 하기에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법관과 일반 국민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잘 모르겠다”며 “너무나 큰 범행을 저질렀고 유례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재판장은 이 씨에게 “그냥 고개만 숙이지 말라”며 “피고인이 자기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인지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태도에 지적하기도 했다.
또 “피고인이 정말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지가 의문”이라며 “과거로 돌아가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인지 얘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씨는 “어떠한 말씀을 드려도 제 마음을 전해드릴 수 없을 것 같다”며 “한 마디만 말씀드리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매일 이런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이 씨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1심 재판에서도 최후진술 외에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고 1심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하지 않았다.
앞서 이 씨는 지난 4월14일 오후 9시30분부터 이튿날 0시10분 사이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부모와 50대 배우자, 20대 자녀, 10대 자녀 등 자신의 가족 5명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1~3월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 등을 피해자들에게 먹인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범행 직후 승용차를 타고 광주시에 있는 또 다른 거주지로 가 생을 마감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건설업체 대표였던 이 씨는 광주광역시 일대 민간아파트 신축 및 분양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면서 수십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항소심 선고는 오는 12월24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