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 / 자료제공 =대전교육청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 / 자료제공 =대전교육청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감독관으로 들어간 교사 10명 중 8명이 ‘3개교시 이상 감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17~19만 원 수준의 수능 감독 수당을 받으며 당일 4~5시간 이상 앉지 못한 채 수험생 민원 등 돌발 상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중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진행한 긴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는 660명의 교사가 참여했고 수능 운영의 전 과정이 교사의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수능 전 시험장을 지정된 학교에서 교실 청소와 세팅을 교사가 직접 수행했다는 응답은 88.3%에 달했다. 청소를 하지 않은 교사는 시험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학교에 근무한 경우 였으며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 중 ‘교사가 청소·세팅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노조는 교사들이 직접 수행한 업무는 단순한 책상 정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바닥을 쓸고 닦고 수세미로 벽과 책상의 낙서를 지우며 불필요한 비품과 사물함을 복도로 밀어 내 공간을 확보하며 안내문 부착과 바닥 테이프 작업까지 청소·정비·시설 세팅 전체가 모두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에게 청소 등이 전가되는 원인으로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청소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교사가 다시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학생들의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청소를 하는 것에 대해 “왜 우리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느냐” 등의 반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 당일 시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80%가 ‘3개 교시 이상’을 감독했다고 답했다. 3개 교시 연속 감독, 또는 4개 교시 이상 참여한 교사도 많았다. 시험 시간표상 점심시간은 50분이지만 △시험지 회수·본부 제출·확인 절차 △다음 교시 감독을 위한 시험지 수령 △예비령 전 사전 입실 준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식사 시간은 20~30분 남짓에 불과하다.

노조는 “교사들은 4~5시간 이상 앉지 못한 채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영어듣기 시간에는 작은 움직임이나 기침도 할 수 없고 교실 뒤 의자조차 학생과의 거리 문제 등으로 어려운 현실에 더해져 극도의 체력적·정신적 소모를 겪는다”며 “이번 조사에서 감독 중 ‘어지럼증’, ‘실신’, ‘구토’, ‘편두통’, ‘공황 증상’ 등을 겪었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고 말했다.

또 돌발상황을 경험했냐는 질문에 42.1%가 ‘그렇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수험생의 민원(45.3%)’으로 “춥다/덥다”, “창문을 열어라/닫아라”, “옆자리 냄새가 독하다”, “기침 소리가 거슬린다” 등 상반되는 요구 속에서 감독관이 모든 책임을 떠안은 상황이 반복됐다.

방송·영어듣기·타종 오류도 13.3%로 적지 않았다. 영어듣기가 중간에 끊기거나 음량이 서로 다르게 송출된 사례, 타종이 울리지 않거나 반대로 일찍 울린 사례 등이 보고됐지만 방송 운영을 담당하는 인력은 전문 기술자가 아니라 일반 교사였다. 즉, 시스템은 교사에게 기술적 책임까지 떠넘기면서도 실제 대처할 권한·자원·시간은 제공하지 않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 수능은 평가원에서 제공한 ‘컴퓨터용 사인펜·OMR카드 불량 문제’가 심각했다. 실제로 교육과정평가원의 2026학년도 수능 시험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 17일 오전 11시 기준 350건의 이의 내용 중 60건이 컴퓨터용 사인펜 잉크 번짐 현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일부 수험생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광범위하게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두고 “일부 시도에서 계약한 업체의 제품 중 일부에서 번짐 현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번짐 현상 등으로 인해 채점에 불이익이 없도록 채점 과정에서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용 사인펜 불량 등의 돌발상황에서 실시간 판단과 책임은 모두 감독관의 몫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의 가장 많은 요구는 “감독 시수를 2교시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였다. 세 시간 이상 긴장한 상태로 서 있는 노동은 신체적으로도 무리가 크며 특히 영어듣기·탐구 과목까지 이어지는 연속 감독은 경험 많은 교사도 버티기 어렵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어 △노동량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감독 수당 현실화 △수능 전날 청소·세팅·방송·시설 점검 용역화 △전자기기 수거 절차 재설계 △수능 다음날 일정 시간 휴가 또는 연가 사용 가능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두윤경 중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권한대행은 “수능은 국가가 운영하는 시험이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책임과 부담이 개별 교사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감독관의 희생과 헌신에 기대 유지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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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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