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버스 준공영제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 자료제공 =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실련이 버스 준공영제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 자료제공 = 경제정의실천연합

버스 준공영제로 18년 동안 6조3000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투입됐으나 공공성 퇴보와 함께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 준공영제 20년 서울시 개편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민간 시내버스 회사에 재정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노선 합리화와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도입됐다. 버스 운송으로 발생한 수입금은 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 업체 적자를 메워주는 대신 적자가 나는 교통 취약지역 노선을 유지해 공공성을 확보한다.

버스 준공영제 초기에는 지선·간선 체계 개편, 배차 정시성, 운전자 처우 개선 등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뚜렷한 공공서비스의 개선 없이 돈 먹는 하마로 전략해버렸다고 경실련은 평가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누적 지원액 6조3000억 원에 달하는 재정 지원금 규모는 급증하는 추세로 제도 도입 후 매년 2000~3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 4561억 원 △2022년 8114억 우너 △2023년 8915억 원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경실련은 “누적 지원액 6조3000억 원은 서울 시민 42만 명에게 경차 한 대 씩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준공영제 버스업체 인수를 확대 중이다. 차파트너스·자비스엠씨모빌리티가 대표 사례로, 차파트너스는 2019년부터 서울·인천 등 수입금공동관리형 지역에 진입해 20개사·약 2000대를 보유하고 있다. 수익 극대화를 중시하는 사모펀드 유입으로 수익성이 낮은 노선·배차의 축소 등으로 대중교통의 공공성은 후퇴하고 안전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차파트너스가 2019년 인수한 명진교통은 2021년 비용 절감 명목으로 가좌동 차고지로 이전했고, 정비시설 규격 미비로 외부 정비를 하며 타이어·부품 교체시기를 늦추고 정비 인력도 축소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실련은 도입 20년을 맞은 준공영제는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202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 연구’ 보고서를 통해 개편안을 발표했다. 경실련과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서울시 개편안 진단을 통해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문제를 분석했다.

서울시는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운영한다. 운송수입과 관계없이 표준운송원가로 계산한 운영비를 전액 보전한다. 이 구조는 총괄적자 보전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민간 버스업체의 경영위험을 공공이 떠안는다. 재정지원은 운송수입의 증감에 맞춰 자동 조정될 뿐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비용 절감 유인은 약하다. 이 구조에서 운송수입은 보조금 규모를 정하는 기준일 뿐이고, 수요 변동 위험은 사업자가 아니라 서울시에 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하자 적자와 재정지원이 급증했다. 비용 위험은 공공에 이전되고 이익은 민간에 귀속되는 비대칭 정산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이익 누적은 배당과 내부유보 확대로 이어졌다. 배당액은 2015년 222억 원에서 2023년 581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배당성향은 56.98%로 국내 기업 평균보다 20% 이상 높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015년 2821억 원에서 2023년 5224억 원으로 늘었다. 

경실련은 “재정지원이 2019년 이후 3배 이상 늘었는데도 민간 버스회사의 이윤과 배당은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 핵심 문제”라며 “결국 보조금과 버스 요금 인상이 서비스 개선보다 배당·내부 유보로 흘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요금 인상은 재정적자 확대를 이유로 추진됐다. 그러나 원가 항목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과도한 이윤·배당 구조를 조정하면 시민 부담을 줄일 여지가 있다. 이는 원가 검증과 이윤상한, 성과연동 환수 등 통제장치가 약했기 때문이다. 원가 공개와 초과이윤·배당 규율을 강화하면 요금 인상 압력을 낮추고 시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 문제는 비용은 모두 공공이 부담하지만 민간의 효율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운영 구조로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개혁의 축은 네 가지다. 첫째, 표준운송원가를 외부평가와 회계감사로 검증하고 예산 수립·집행·결산을 전 과정 공개한다. 전문가·시민단체 협의체를 상설화하고 2004년 협약서를 정기 개정한다. 둘째, 동일 예산 하에 성과를 높이기 위해 노선 조정권과 차량 일부 공영화를 검토하고 총액입찰제나 운행거리(㎞)당 원가 정산을 도입하며 비협조 업체 제재 규정을 마련한다. 셋째, 대당 기준을 ㎞당 표준원가로 전환하고 BIS와 연계해 노선별 비용·수입을 실시간 공개하며 조합 일괄협약을 개별업체 협약으로 바꾼다. 넷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분법해 ‘버스법’을 제정하고 권한 체계를 명료화하며 다양한 운영모형과 시민 참여 거버넌스를 법제화한다.

경실련과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서울시에 버스 준공영제의 전면 재설계와 시민 안전·공공성 회복을 촉구한다. 앞으로 두 단체는 준공영제의 구조적 문제에 지속 대응하고, 전국 실태조사 등 개선안을 제시하며, 시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의 목소리를 조직해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경실련은 “외부 평가와 회계 감사를 통해 표준운송원가를 검증하고 노선 조정권과 차량 일부 공영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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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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