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사상 처음으로 주식 투자 비중이 50%를 넘었다. 안정성을 중시하던 운용 기조에서 벗어나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투자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3일 국민연금공단의 ‘2025년 6월 말 기준 기금운용 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총 1269조1355억 원으로 이 중 635조5734억 원이 국내외 주식에 투자됐다.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이 50.1%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역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절반 이상의 기금을 주식 투자를 한 데에는 ‘수익률 재고’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연금을 받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용 수익률은 단 1%p(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점을 수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와 함께 국민연금은 안정적 운용만으로 미래 세대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식 투자의 중심이 국내보다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전체 주식 비중 50.1% 가운데 국내 주식은 14.9%(189조 원), 해외 주식은 35.2%(446조 원)로 두 배 이상 많다.
국민연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 50% 돌파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국민 노후 자산 운용 패러다임의 전환이자 한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는 두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위험 분산’이다. 1000조 원이 넘는 거대 자금을 국내 시장에만 묶어두면 한국 경제 변동에 과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으로 분산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두 번째로는 국내 증시의 ‘과잉 영향력’ 완화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큰손’이라고 불릴 만큼 시장이 흔들릴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다. 해외 비중 확대는 이러한 시장 왜곡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
한편 국민연금의 행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1200조 원이 넘는 초대형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의 투자 방향 전환은 뉴욕·런던 등 주요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