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거철(螳螂拒轍)은 사마귀가 도끼 모양의 앞발을 들고 수레를 막으려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작은 사마귀가 자기 분수를 모르고 무모하게 덤비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반면 상마거철(象馬拒轍)은 코끼리와 하마가 수레를 막는 모습으로, 육중한 힘을 가진 존재가 달리는 수레에 맞서 실질적인 저항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제일 먼저 꺼내 든 카드는 전 세계를 향한 막가파식 관세 인상이었다. “따르려면 따르고, 거부하려면 거부하라”는 식의 일방적 선언이었다. 국제 사회에 계고장을 날린 셈이다.

그동안 세계는 자유무역의 기조 아래 비교적 순탄한 교역을 이어왔다. 그러나 미국은 스스로 자충수에 빠졌다. 제조업 왕국이었던 미국은 번영을 구가하면서 힘든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 AI, 빅테크 등 서비스 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부의 잔치는 더욱 커졌지만, 그 부메랑은 곧 러스트벨트(Rust Belt)를 강타했다. 한때 미국을 대표했던 공업지대가 몰락하며 ‘녹슨 지대’라는 오명을 얻게 된 것이다. 산업 기반이 무너지자 해외 수입 의존이 커졌고,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는 재정적자와 일자리 부족을 심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을 내건 사업가 출신 트럼프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다. 산업 공동화와 재정적자를 상대국에 책임 전가하며 회복을 꾀하는 일대 도박이었다. 그는 최대 1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제시하며, 상황에 따라 세율을 조정하겠다고 압박했다. 그 결과 미국 내에는 수백조 원대의 투자금이 몰려들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전 세계 인구 80억 명 대 미국 인구 3억 명, 200여 개국 대 1개국. 물론 미국은 최강 군사력을 가진 초강대국이지만, 중국·EU·인도·러시아 등이 합종연횡한다면 그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 큰 리스크는 따로 있다. 세계를 상대로 칼날을 휘두른 미국이 결국 자신이 휘두른 칼날에 맞게 된다는 점이다.

관세 인상분은 제조사나 수입자가 우선 부담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는 곧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민심은 흔들리며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미국 경제 체제가 붕괴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트럼프의 조치가 당랑거철일까, 상마거철일까. 만약 당랑거철이라면, 수레는 그대로 전진해 사마귀를 짓밟아버릴 것이다. 그러나 수레가 사마귀의 용기를 가상히 여겨 비켜선다면, 사마귀는 살아남아 또 다른 무모한 시도를 할 것이다.

반대로 상마거철이라면, 수레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결국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상마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밀어붙인다면, 자유무역주의는 사라지고 무역에도 절대강자의 논리가 지배할 것이다. 미국은 영원한 최강국으로 군림하며, 나아가 영토 확장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다.

사실 미국은 19세기부터 꾸준히 영토 확장을 추진해 왔다. 독립 당시 조그만 영토에 불과했으나,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한반도의 10배 면적)를 1,500만 달러에 매입하며 영토를 두 배로 늘렸다.

이후 여러 주를 편입했고, 알래스카는 720만 달러에 매입했다. 지금도 트럼프는 종종 캐나다에 대한 영토 확장 의지를 내비치곤 한다. 세계 1등 국가의 야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위험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저작권자 © 소비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김우일 칼럼
저작권자 © 소비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