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전경 / 자료제공 = 한국은행
한국은행 전경 / 자료제공 = 한국은행

소비자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지역 자영업자들에게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확대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소매업과 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비수도권 자영업자간 양극화가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유통플랫폼 성장이 지역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확대는 정보비용 절감 등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켰으나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 간 격차를 확대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온라인 소매는 편리성,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소매를 대체하며 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도 확대됐다. 국내 대형마트 점포는 2019~2024년 중 35개점이 폐점했으며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감소했으나 온라인 소매판매는 증가해 전체 소비시장에서의 온라인 소매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은 2000년대 옥션, G마켓 등 ‘온라인 시장의 도래’ 이후 2010년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온라인 to 오프라인 서비스 확산’을 거쳐 2020년 쿠팡, 토스, 네이버 등 수직통합 및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AI 융합’의 시대로 돌입했다.

국내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은 가격경쟁력과 상품 다양성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품질에 대한 우려, 긴 배송기간, 이용상 제약 등으로 인해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의 배달플랫폼이 코로나19 이후 규모가 커지면서 지역 자영업자 특히 음식점업의 업체규모, 업력, 배달비중이 증가할수록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규모에 따른 격차는 비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모여있는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지역 음식점업의 소비자들이 적기 때문이다.

배달플랫폼의 확산으로 임금근로자를 포함한 전체 음식업 고용은 지역 인구 1만 명당 14.1명으로 늘었지만 자영업자는 감소했다. 온라인 배달 비중이 10%p(포인트) 증가할 때 자영업자는 수도권에서 –3.5명, 비수도권 –3.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음식 배달 비중이 10%p 증가할 때 상위 20%와 하위 20% 자영업자 간 매출 성장률 차이는 수도권에서 3.2%p, 비수도권에서 6.3%p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비수도권의 영세업체가 기술 적응력이 낮고 플랫폼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쿠팡, G마켓, 컬리, SSG 등 온라인유통플랫폼의 경우 수도권 무점포소매업체(통신판매 등) 집중돼 비수도권의 전통적 점포소매의 쇠퇴로 지역간 격차가 확대됐다. 점포소매업 내에서는 규모가 크거나 온라인 판매 도입 또는 상품구성이 다양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경영성과가 양극화됐다.

전국 배송망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플랫폼과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자영업자간의 간격이 커진데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쇼핑 등을 하면서 지역 자영업자간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생성형 AI가 빠르게 도입되며 플랫폼 경쟁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장기적인 시장지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의 구매방식이 ‘검색’에서 ‘대화형 답변’으로 진화함에 따라 기존 검색엔진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AI 에이전트의 활성화로 소비자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비교 검색하는 ‘멀티 호밍’ 현상이 확산되면서 선도 온라인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AI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지역특화 플랫폼과 같은 소형 플랫폼의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영업 업화 악화에 대응해 정부가 금융지원(신용보증, 대출)을 확대한 결과, 매출증가, 폐업확률감소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이는 비수도권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창업초기, 청년층, 소규모 업체 등 일부 집단에 그 효과가 집중됐고 2000만 원 미만의 소액지원과 장기간 지원의 경우 효과가 미미했다.

한은은 자영업 지원 정책이 경쟁에서 밀려난 자영업자의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잠재력이 큰 자영업자에게 자본 접근성을 높여 성장 기회를 보장하는 투 트렉으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또 창업초기와 청년층,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선별해 금융지원에 나서고 밀려난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실업보호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비수도권 거점도시 중심의 소비거점 구축과 지역별 서비스업 특화 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은 경쟁력을 상실한 업체보다 가능성이 있는 업체에 집중돼야 하며 자영업체도 점차 대형화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옮겨갈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 실업보호 가입률이 매우 낮은 상황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소비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조준호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