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폭염 기간 전기요금 인하와 청년 고독사 대책 마련, 반도체법 당론 추진 등으로 민생 입법 완수 의지를 다졌다. 야권을 향해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의에 참여하라며 압박을 이어갔다. 금투세 폐지 문제에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통령실까지 나서 국회가 전향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작 민주당은 “금투세와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입장을 모아서 정리해서 발표할 때가 곧 있을 것”이라며 모호한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민생 정책 드라이브 금투세·전기세·반도체 공략
여 “금투세 폐지 논의하자” 야 “주가 폭락, 금투세 탓?”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에너지 취약계층 1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1만5000원 추가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지난 8월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고 있고 많은 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4인 가구 하계 월평균 전기요금이 7만6000원 수준이다. 취약계층은 하계 전기요금 복지할인, 에너지 바우처로 약 6만 원가량 지원받고 있다. 이 액수(1만5000원)를 지원하는 건 사실상 취약계층의 경우 혹서기 전기요금을 제로(0)에 가깝게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 적자가 가중되는 것도 고민했는데 저희 지원은 기존에 책정된 에너지바우처 예산 잔액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그래서 한전 적자 가중 위험도 없다”고 덧붙였다. 폭염이 사실상 재난 수준이고, 사망사고가 느는 점을 감안해 즉시 시행 가능한 수준으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년 고독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노년층에서 많이 일어나던 것이 최근에는 청년층에서도 늘고 있다. 그만큼 사는 게 어렵고, 그 시기를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청년층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실효성 있게 강구 하겠다”고 했다. 또 반도체 산업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반도체 지원이 다른 경제대국에 비해 미미하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우리가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고, 박수영·송석준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국회 산자위에서 정쟁에 밀려 본회의 상정조차 안 되고 있다”며 “추진력을 가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취합 조정해서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투세 폐지 여야 입장차 ‘팽팽’
야권을 향해서는 금투세 폐지 토론에 참여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한 대표는 “금투세가 ‘부자 세금’이라는 민주당의 프레임은 틀린 내용”이라며 “본질적으로 부자 세금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주식시장의 큰 손들이 이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1400만 개미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본인들이 했던 토론 제의를 없애고, 국민 보시기에 도망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실망스럽다”며 “민주당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토론자로, 금투세에 관해 민생 토론하자”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 원(주식) 이상의 양도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정부·여당은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관련해 국회가 전향적인 자세로 조속히 논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데도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이를 두고 금투세 폐지를 논의하자며 야당을 압박하는 여당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금투세 폐지와 관련 “정부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최근 미국 경기 경착륙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증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금투세 시행이 강행될 경우 대부분이 중산층인 1400만 일반 국민 투자자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한동훈 대표의 지적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모호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이후 한 대표가 제안한 금투세 공개 토론회와 관련해 “적절한 시점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 내에 금투세와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며 “정책위에서도 전문위원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받고 있고 이 부분과 관련해서 원내대표가 입장을 모아서 정리해서 발표할 때가 곧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투세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의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당내 토론회를 열기로 했지만 현재 급변하는 주식시장의 위기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야권 내부에선 금투세 폐지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이 존재한다. 앞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고액 자산가의 세금을 깎아주면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지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며 “주식 투자자의 1%에 불과한 초거대 주식부자의 금투세를 폐지하면 내수 경제가 살아나나”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금투세 정책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큰 만큼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