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서 좌초한 여객선…항법 수칙 어긴 ‘인재’
승객·승무원 267명 전원 구조 휴대폰으로 딴 짓하다 좌초돼
전라남도 신안군 장산도 해역에서 무인도에 좌초한 대형 여객선 사고가 발생해 승객과 승무원 총 267명 전원이 구조됐다. 이번 사고는 항해사의 운항 태만으로 인해 ‘인재’로 드러났다.
20일 목포해경에 따르면 사고 선박 수사전담반이 승선원들을 1차 조사한 결과, 항해사 A씨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 짓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사고 선박 조타실에는 선장이 일시적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며 A씨가 당직 항해사로서 운항을 책임지고 있었다.
해경은 운항 과실이 드러나자 A(40대)씨와 B씨(40대·인도네시아 국적·조타수)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사고 선박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고 수사 압박을 느낀 이들의 도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A씨는 최초 진술에서 ‘조타기 이상’을 주장했으나 추후 조사를 통해 시인했다. 해경은 A씨와 B씨를 조사 중이며 두 사람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경은 항해사로부터 “변침(방향 전환) 시점에 휴대전화로 네이버 뉴스를 보고 있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해 중대한 과실로 보고 있다. 또 60대 선장 C씨도 근무 시간(협수로 통과)에 근무지를 이탈 후 사고를 막지 못해 조타실 지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입거됐다.
여객선 좌초사고가 발생한 해역 주변은 섬이 많고 수심이 얕아 자동항법장치로 운항해서는 안 되는 곳이지만 사고 당시 항해사가 수동항법으로 전환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보며 운항에 집중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해경을 설명했다.
사고 전 이러한 행위로 인해 협수로 구간을 지나며 항로 변경을 해야 할 시점에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해 무인도에 좌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좌초 직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했으며 목포 VTS는 사고 당시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으며 사고 전 교신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VTS는 선박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항해 중 충돌·좌초 등 위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선박 간 유지, 항로 안내 등 교통관제 업무를 맡고 있다. 이날 오전 김성윤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장은 “VTS를 통해 여객선으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뒤 좌초 사실을 인지했다”며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여객선이 방향 전환해야 하는 1600m(약 3분) 전 ‘16번 등표’ 지점을 지나도록 선박이 22노트 속력을 유지한 채 그대로 항해해 암초에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 운항 시 해당 구간은 자동조타기 해제 후 수동 조타로 전환해 항로를 수정해야 한다.
관제사가 사고 당시 관제 대상 선박이 5척에 불과했음에도 고속 항해 중인 여객선을 ‘관제 위험성이 있는 선박’으로 분류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에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 ‘퀸제누지아 2호’가 좌초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여객선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 267명은 사고 발생 3시간 후 전원 구조됐다. 해경은 현장에 △경비함정 17척 △연안 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서해 특수구조대 등을 총동원해 구조 활동을 동원했다.
좌초된 여객선은 퀸제누비아 2호로 2021년 운항을 시작해 제주~목포를 매일 한 차례 왕복하는 여객선이다. 최대 1010명 여객과 480여대의 차량(승용차 기준)을 싣고 최고 24노트의 속력으로 운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