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인 백재권이 말하는 ‘권력과 관상’ ③ 한동훈 등

2025-10-10     김승옥 언론인
역술인 백재권씨 / 자료 = 김승옥 언론인

백재권 씨는 정치권에서 알아주는 풍수가이자 관상가였다. 중앙일보 관상 칼럼으로 유명해진 그는 보수 진영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보 진영 정치인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낼 때부터 인연을 맺은 그는 20대 대통령 선거 때 공개적으로 윤씨 당선을 예언하기도 했다. 

일찍이 검사 윤석열을 늪의 부패를 정화하는 악어상이라고 치켜세운 백씨는 김건희 씨에 대해서는 고귀한 공작상이라고 미화했다. 하지만 그가 극찬했던 악어와 공작 부부는 해괴하고도 끔찍한 불장난으로 대한민국을 태울 뻔했다. 좌파 척결을 내세운 친위쿠데타는 아이러니하게도 우파의 몰락을 낳았다. 

한편, 백씨가 “대통령 씨앗을 가진 관상으로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라고 높게 평가했던 이재명은 윤석열의 치명적 실수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렇듯 관상 평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관상 얘기에 솔깃해하는 것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비과학적 영역이라고 짐짓 무시하면서도 과학 너머의 초자연적 이치를 궁금해하거나 믿고 싶어 하는 이중성 또는 미신적 속성 때문인지 모른다. 

1편과 2편에 이어 유력 정치인 관상을 평하는 백씨 인터뷰를 소개한다. 인터뷰 시점은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말이다. 대상은 윤석열의 아바타로 불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대 대선 때 출마했다가 윤석열과 후보 단일화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과 갈등과 협력을 되풀이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 자료제공 = 국민의힘

#한동훈 

‘소통령’이라고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관상은 어떨까? 백씨는 2021년 11월 인터넷 매체 칼럼에서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원숭이상이라고 평했다. 

-한 장관에게 권력이 쏠리는 양상이다. 위험하지 않나?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건 좋지 않다. 한동훈이 조심해야 한다.” 

-한 장관을 만난 적은 없나? 

“없다. 내 관상 칼럼의 80% 이상이 사진만 보고 쓴 거다. 한동훈도 마찬가지다. 그는 원숭이상이다. 좌천당해 나무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곧 화려하게 부활해서 나무 중심으로 돌아올 거라고 썼다.” 

당시 칼럼에서 백씨는 한 장관을 가리켜 “재주 많고 쉽게 죽지 않는 원숭이상”이라며 “덫을 놓고 함정을 파도 쉽게 걸려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자만은 금물”이라는 충고를 곁들이면서. 

-대운이 따를 상인가? 

“당분간 잘나갈 거다. 언론이 아무리 씹어도. 진보 진영에서 아무리 물어뜯어도.”

-과도한 권력을 쥐게 되면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다. 

“아주 똑똑하고 제주도 많기에 권력이 지나치게 몰리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또 하나, 한동훈은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말이 많다. 

“말을 줄이고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려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그런 식으로 가면 위험하다. 자기 운이 하락한다.” 

-여권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나?

“지금 한동훈을 두고 그런 얘기하는 건 좀 이르다.” 

#안철수 

백씨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거북이상인 안 후보가 악어상인 윤 후보에게 업혀 가야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논리였다. 

-대선 때 안철수 후보 부부는 만나지 않았나?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안 만난다고 했다. 내 말을 들을 준비가 안 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고집 센 건 비슷한데, 안철수는 앞뒤 생각 없이 고집이 세다.”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는 아집 말인가? 

“자기한테 매몰돼 있다. 그게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꽃을 피우지 못한다. 내가 대선 때 모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안철수가 이재명과 단일화하면 국물도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를 위해 그렇게 조언한 거다.” 

-거북이가 악어 등에 올라타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 나중에 악어가 흔들어버리면 떨어지지 않겠나? 안 후보 독자적으로는 안 되나? 

“안 된다. 그런데 악어와의 관계가 앞으로도 좋을 거다. 악어가 거북이를 못살게 굴지는 않을 테니.” 

-안 전 대표는 ‘직업이 철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 권력 주변에서만 맴돌다가 끝날 운 아닌가? 

“판단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사실 윤석열과 손잡는 건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재명과 붙었다면 효과가 컸을 테고. 그런데 안철수 자신을 위해서는 윤석열 쪽으로 가야 했다. 그래야 안철수의 미래가 열리니까. 안철수 캠프에서 내 인터뷰 기사를 참고해서 대책회의를 한 끝에 윤석열과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이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았나? 

“이재명이 당선되면 안철수한테는 좋을 게 없다. 챙기는 게 없을 테니. 하지만 윤석열은 다르다. 우선 인수위원장이라는 큰 권력을 누리게 했다. 총리도, 안철수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후 당 대표직에 도전할 수 있게 배려할 거다. 그 점에서 이재명보다는 윤석열과의 궁합이 훨씬 좋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 자료제공 = 개혁신당

#이준석 

백씨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너무 머리를 많이 굴린다. 안 들키면 괜찮은데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그게 눈에 확 띈다. 그리고 철이 없다. 여름인지 겨울인지 계절을 잘 모르니,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 

백씨에 따르면, 이 대표의 관상에는 ‘권력’이 없다. 어린 여우상이라고 한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된 지 며칠 만에 쓴 칼럼에서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안 되든 이 대표는 여기저기서 자꾸 공격받고 지금 가진 권력을 놓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선 때 당대표 권한을 200%, 300% 써버려 잔고가 소진된 상태다.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된 게 우연이 아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백씨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대권 후보가 되기 어렵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 자체는 좋다. 하지만 행보를 잘못해 망쳤다. 대권 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조그만 실수 하나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대권 후보 반열에 올라가면 오로지 자기 능력 덕분이라 여기고 참모나 주변 사람 말을 안 듣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송영길은 안 된다.” 

-이번에 서울시장 출마한 것도 잘못인가? 

“애초 나가면 안 되는 자리였다. 과욕이었다. 서울시장이라는 먹이를 물었다. 그런데 살집이 안 뜯기는데 세게 잡아당기면, 결국 자기 이빨이 뽑히는 거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주변에는 백씨와 같은 역술인, 무속인이 많았다. 백씨는 인터뷰에서 두 부부와 가깝다고 알려진 천공, 건진, 무정 등을 가리켜 “장사꾼”이라고 깎아내렸다. 특히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 천공에 대해서는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용산 터가 좋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풍수인들 사이에 있었는데, 마치 자기가 처음 그런 주장을 해서 대통령실 이전에 영향을 끼친 것처럼 대중이 오인하게 했다는 것이다. 

백씨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수긍하면서도 “풍수인 중에 용산이 터가 좋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면서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전 결정에 윤 대통령 주변 무속인이나 역술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도사 티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가 아닐까 싶다”고 마뜩잖게 여겼다. 자신은 그 일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면서. 

백씨가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그로부터 1년 뒤에 밝혀졌다. 2023년 7월에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3월 대통령 관저 후보지이자 군사시설인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본 사람은 천공이 아니라 백씨였다. 청와대 이전 TF팀장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부팀장이던 김용현 경호처장이 동행했다. 이를 두고 백씨 방문 당시 김건희 씨가 같이 있었다거나 천공은 별도로 방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본 기사는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