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인 백재권이 말하는 ‘권력과 관상’ ①윤석열과 김건희
“악어는 힘만 세지 귀함이 없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주변에는 많은 역술인과 무속인이 있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권력욕을 부추긴 이들은 두 사람의 파멸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점에서 윤석열 정권의 몰락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용산 대통령 관저 선정에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백재권 씨도 그중 한 명이다. 풍수가이자 관상가인 백씨는 2023년 7~9월 김건희 씨가 가장 많이 통화한 사람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모두 13차례 4시간 26분 48초 동안 통화했다고 한다.
두 사람 간 집중적인 통화가 시작된 시점은 용산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알려진 직후다. 경찰은 2022년 3월 대통령 관저 후보지인 서울 한남동 공관촌을 방문한 사람은 천공이 아니라 백씨였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말, 백씨를 만나 2시간여 동안 인터뷰했다. 인터뷰 계기는 그가 2018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주의 심야 회동에 동석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였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 알아보니, 정치권에서 백씨는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오랫동안 중앙일보에 관상 칼럼을 연재한 그는 유력 대선후보들의 관상을 봐주곤 했다. 특히 윤석열-김건희 부부와는 오랜 친분이 있고,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도 만났다. 인터뷰에서 그는 두 부부를 만난 일화를 들려줬다. 조국, 한동훈, 안철수, 송영길 등 유력 정치인에 대한 관상평은 사뭇 흥미로웠다.
백씨는 일반인 관상은 거의 보지 않는다고 했다. 주로 정치인이나 기업인, 사업가 등을 만나는데, ‘비중 있는 인물’은 관상뿐 아니라 집터나 조상 묘 등 풍수지리도 살펴본 다음에 평가한다고 했다. 자신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면서, 그간 양쪽 유력 정치인들을 고루 만나 조언을 해줬다고 밝혔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시점은 2022년 5월이다.
백씨는 먼저 “역학은 과학”이라면서 무속이나 점술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상은 과학이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잡과가 있었다. 잡과에 합격하면 관상감이 되는데, 인물 사주도 보고 풍수도 봤다. 지관이라고도 불렀다. 역학은 오랜 경험에 따른 통계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학문이다. 무조건 부자가 된다고 말하지 않고 왜 부자가 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반면 무속은 귀신을 머릿속에 받아서 그 힘으로 내다보기에 미신이다.”
-사람의 관상은 타고난 것 아닌가? 성형한다고 바뀌지 않을 듯싶은데. 어떤 식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나?
“얼굴은 그대로지만, 행동이나 태도, 습관은 바꿀 수 있다. 그런 것이 성공이나 부를 부르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20억짜리가 40억이 될 수는 있지만 1,000억이 될 수는 없다.”
-타고난 그릇은 정해졌다는 얘기인가?
“모든 나무가 50m까지 자랄 수는 없다. 높은 나무 아래 크고 작은 나무들이 늘어서는 법이다. 모든 사람이 사장이나 회장에 오른다면, 누가 청소하고 누가 경비를 서고 누가 졸병을 하겠는가? 세상이 공평하고 평등해야 한다는 말은 도의 세계에서는 맞지 않는다. 윤리적인 개념일 뿐이다. 인류사회가 구성된 지 수천 년이 지났지만, 평등한 적이 없다. 그건 실현 불가능하다.”
-관상을 볼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나?
“유력인사나 상류층 사람들은 직관으로 분석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그게 필요 없다. 기본 데이터만으로 다 보인다. 데이터는 관상에서 뽑을 수도 있고, 사주에서 뽑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게 첫 번째 작업이다. 그래야 삶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
#윤석열
백씨는 2017년 6월 중앙일보 기명 칼럼을 통해 갓 임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악어 관상’이라고 평했다.
주어진 사명 따라 매뉴얼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타협은 없다. 인정사정도 없다. 먹이로 보이면 달려들어 무조건 물고 뜯는다. 썩은 고기, 전염된 고기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부패한 대상을 뼈까지 통째로 먹어치워 강(江)을 정화한다. ~본능으로 이빨을 드러내기에 여당, 야당 모두 윤석열 앞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이 칼럼이 나간 후 지인의 권유로 그해 가을 윤 지검장 부부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저녁식사 자리였다.
-무슨 얘기를 나눴나?
“(윤 지검장이) ‘어떻게 나를 그리 잘 분석했냐’면서 관상이나 풍수를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방법을 묻더라. 정작 자기 미래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자기는 돈 버는 데 관심도 없고 그런 재주도 없다면서, 검사 그만두면 조용히 쉬고 싶다고 했다.”
-이후 중앙일간지 사주가 윤 지검장을 인사동 술집에서 만날 때 동석하지 않았나?
“확인해 줄 수 없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 아닌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한다.”
그는 2019년 6월 신임 검찰총장 임명을 앞두고는 최종 후보 4명 중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유력하다는 칼럼을 썼다.
문재인 정부에서 '악어'를 앞세우면 국정 동력을 잃지 않고 추진하는 일에도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윤석열은 시대가 원하는 관상을 지녔다. 세상이 악어를 부르고 있다.
-검찰총장은 예상했는데, 대통령이 되는 것까지는 내다보지 못했나?
“총장으로 끝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그런데 그런 건 가려서 말해야 한다. 천기누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사람 앞길을 방해하게 된다. 익기도 전에 뚜껑을 열면 김새기 마련이다.”
-윤석열을 총장에 앉히면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될 거라는 취지로 글을 썼던데, 결과적으로 보면 틀린 게 아닌가?
“윤석열이 중앙지검장이나 총장 하면서 개혁을 주도한 건 맞지. 윤석열 아닌 다른 사람이 나섰다면 많은 검사가 반발했을 거다. 나중에 문재인 정부와 틀어진 것은 대통령의 잘못된 용인술 탓이다. 문 대통령은 소상이다. 소는 스스로 나아가지 않는다. 뒤에서 채찍질해야 간다. 정치 입문도, 대통령 출마도 자기 의지가 아니라 주변에서 권해서 한 거다. 이런 분은 사람 보는 눈도 없고 세상 보는 안목도 부족하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나?
“윤석열 총장이나 추미애 장관이나 다 자기가 임명한 사람들 아니냐? 그럼 둘이 충돌할 때 불러다 놓고 중재해야 하는데 그런 판단력과 결단력이 없었다. 이건 이념과 상관없는 능력 문제다. 안목이 부족하니 옳고 그름을 모른다. 그 바람에 나라가 두 동강 나고, 피해 본 건 국민이다.”
-조국 수사는 과잉수사였다.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받았고.
“일부에서 그런 얘기를 했지.”
-그건 별개로 보는 건가?
“법의 잣대로만 보면 조국에게 문제가 많았다는 거지. (윤 총장이) 에누리 없이 수사하게 한 거지.”
-수사 착수 명분인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건 잘 모르겠다.”
-윤 대통령은 반골상 아닌가? 2012년 대검 중수부 폐지를 놓고 총장과 중수부장이 싸울 때 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는데 총장을 쫓아내는 데 앞장섰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는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해 직속상관인 중앙지검장을 옷 벗게 하고 자신은 징계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로운 검사’라고 중용했는데, 정권을 치는 수사를 벌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야당 대선후보가 됐다.
“반골 기질이 있는 건 맞다.”
-역사를 보면 반골들의 끝이 좋지 않을 때가 많지 않나?
“대체로 그렇다. 반골은 두 부류가 있다. 그냥 지시받는 게 싫어서 그런 사람과 신념이 강해서 그런 사람. 신념에 따른 반골은 꺾기 힘들다. 나하고 만났을 때도 반골 기질과 관련된 얘기를 했다.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맞고 자랐는데, 자기가 옳다고 여기면 매를 엄청나게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소리도 안 내고 눈물도 안 흘렸다고.”
백씨는 윤 대통령이 관상에 ‘고귀함’이 없기에 막강한 권력은 쥐었지만 존중받지 못하고 비난받는다고 했다. 검사 때 좌천당하고 총장 때 징계받은 것도 다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때려도 잘 안 죽는 게 악어거든. 껍데기가 단단해 몽둥이로 때려도 총으로 쏴도 끄떡없다. 외려 때리던 사람이 잡아먹힌다.”
#김건희
백씨는 김건희 씨에 대해 “귀함이 있고, 윤석열 대통령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상”이라고 호평했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에 갖가지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역대 대선후보 부인 중 그만큼 구설에 오른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 모든 걸 뚫고 영부인이 됐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이 많다. 김 여사는 어떤 관상인가?
“참 해석하기 힘든 관상이다.”
-전에 쓴 칼럼을 보니 공작 관상이라고 좋게 평했던데.
“분석하기 어려운 얼굴인데, 결론적으로 대단히 좋은 관상이다.”
-윤 대통령을 만나 대운이 트인 게 아닌가?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데는 김건희 도움이 컸다. 김건희는 윤석열을 만나 큰 권력을 얻었다. 장점이 많은 분이다.”
-그간 제기된 의혹을 보면 김 여사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지 않나?
“내가 그런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여기서는 그냥 사람만 분석하자. 오해받을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데, 그분의 장점은 세상을 보는 안목이 높다는 것이다. 젊어서 실수도 했지만, 세상 보는 눈을 타고났다. 그리고 고귀한 상이다. 고귀한 사람은 험한 꼴을 안 당한다. 명예도 올라가고. 공작상의 특징이다. 악어는 힘만 세지 귀함이 없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약점을 보완한다는 건가?
“서로 잘 맞는다.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관상 궁합도 좋고 실제로도 좋은 궁합이고.”
-허위 학력과 허위 경력이 드러났는데 고귀하다니...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화를 입히지 않을까?
“설사 그런 의혹이 사실로 인정돼도 별문제가 안 될 거다.”
-주가 조작 연루 혐의도 있고.
“그건 내가 잘 모르니 뭐라 말할 수 없다. 주가 조작이든 허위 이력이든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 비난을 받아야겠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다.”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뜻인가?
“<서울의소리>에서 대화 녹취록을 까지 않았나? 그런데 역풍이 불었다. 세상일이 그렇게 한쪽의 계산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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