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서울구치소 체험담②

2025-08-28     김승옥 언론인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지난해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돼 5개월간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1년 뒤인 지난 7월 윤 전 대통령이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갇혔다. 명예훼손 사건의 두 당사자가 1년 간격으로 배턴 터치한 셈이다. 신 전 위원장의 서울구치소 체험담 두 번째 편을 싣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됐던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이 인터뷰에서 서울구치소 체험담을 털어놓았다./자료제공=김승옥 언론인

신 전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간 철학’을 끄집어냈다.

“그(윤 전 대통령)의 생각과 성품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구치소 생활이 굉장히 힘들 수 있다. 밖에서 화려하게 살았을수록 더 그렇다. 그렇지만 나같이 잡초 인생을 산 사람에게는 별것이 아니다. 딸내미가 카네기 책을 넣어줬는데, 눈에 꽂히는 문장이 있었다. ‘당신은 시간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가?’ 구치소 안이든 밖이든 시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문장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보람되게 이용하는지,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자문하게 됐다.”

그의 시간은 대부분 독서에 투자됐다.

“과거 민주화운동 하던 시절에는 구치소에서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책이 세 권밖에 안 됐다. 지금은 30권까지 허용되기에 원하는 책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구치소 내에서 책을 빌려볼 수도 있는데, 나는 주로 가족에게 집에 있는 책을 넣어달라고 해서 읽었다. 사놓기만 하고 바빠서 못 읽었던 책들이다. 처음 한두 달은 글 쓰는 작업을 하느라 읽을 여력이 없었고 나머지 기간에 40~50권 읽은 것 같다.”

그가 수감생활의 또 다른 소득으로 꼽는 것은 검찰개혁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검찰의 잘못을 많이들 비판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의 경험을 듣고 주장하는 것과 내가 당사자가 돼 직접 겪고 말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검찰이 사건을 어떻게 조작하고 참고인 진술을 어떻게 사실과 다르게 유도하는지를, 압수수색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다 지켜볼 수 있었다.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실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한테는 그것이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그가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다.

“검사의 수사를 의사의 수술 행위에 비유하자면, 이런 거다. 예컨대 폐에 이상이 있다 치자. 그러면 폐를 갈라본다. 열어봤는데 뭐가 안 나와. 그러면 폐를 닫아줘야 하는데 안 닫고, ‘야 옆에 심장 뜯어봐’ 한다. 심장을 뜯었는데도 뭐가 안 나오면 닫아줘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또 ‘콩팥 찾아봐’. 이런 식으로 뭐가 나올 때까지 계속 헤집는 거다.”

먹고 싸고 자는 일은 인간의 기본적인 신체 활동이다. 직업, 신분, 성별,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무게로 중요하다. 구치소라고 예외가 아니다. 1편에서 언급한 대로, 신 전 위원장은 먹는 일, 즉 음식과 식사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한 편이다. 물론 이는 주관적인 판단이다. 윤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씨 같은 경우는 식사를 잘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8.15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교도소 식사에 대해 “부실했다”며 출소 후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고기와 달걀을 꼽기도 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바, 구치소 화장실은 사생활 보호가 안 된다. 여러 명이 순번을 짜서 사용하는 혼거실에 비하면, 독거실(독방) 화장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24시간 CCTV가 작동하고 교도관이 밖에서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기에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그런데 신 전 위원장이 정작 신경 쓴 것은 자신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소음으로 빚어질지 모르는 ‘민폐’였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라 방음에 취약하다. 무더운 여름에는 화장실 창문을 반쯤 열어놓는다. 밤에 화장실에서 찬물을 받아 몸에 끼얹으면 옆방에 다 들린다. 옆방 재소자가 깰 수 있기 때문에 취침 시각인 9시 이후에는 될 수 있으면 물을 쓰지 않았다. 좌변기 물도 안 내렸다. 즉 밤에는 아예 용변을 보지 않았다.”

밤 9시 이후 구치소 각 사동의 불은 꺼지지만, 미등은 켜놓는다. 따라서 눈부심에 민감한 사람은 잠을 설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은 밖에서 안대를 들여와 착용하면 된다. 신 전 위원장도 안대를 두르고 잠을 잤다.

음식과 약품도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영치금으로 구입해야 한다. 반찬 등 음식은 일주일에 세 번 주문할 수 있는데, 라면과 같은 공산품은 주문하면 이틀 만에 들어온다고 한다. 약품은 한 달에 두 차례 신청 가능한데, 품목과 개수가 제한된다. 한 번에 네 종씩이다. 병원 진료를 희망하면 정해진 요일에 맞춰 가능하다. 신 전 위원장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라며 웃었다.

“인신이 자유롭지 못하고 좁은 방에 갇혀 있는 게 불편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은 갖춘 셈이다. 그런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 아픈 사람은 먼저 구치소 내에서 진료를 받게 하고, 필요하면 바깥 병원으로 내보내 치료를 받게 해준다. 상담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상담 전담 교도관이 있다.”

원하는 사람은 운동시간을 이용해 외부와 통화도 할 수 있다. 다만 대상은 제한된다. 사전에 등록된 직계가족과만 가능하다.

“운동장 옆에 전화기가 있다. 공중전화기처럼 카드를 넣어 사용한다. 카드는 영치금으로 구입한다. 운동시간에 교도관에게 요청하면, 미리 등록된 가족과 통화할 수 있다. 통화 횟수는 한 달에 두 번으로 제한된다.”

혼거실 수용자와 독방 수용자는 운동장 사용도 다르다. 일반 수용자는 같은 시각 같은 공간에서 한 시간가량 운동하지만, 독방 수용자는 각자의 운동 공간에서 따로 운동한다. 독방 재소자의 운동장은 파놉티콘처럼 원형 구조로 분리돼 있다.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피자판’으로 불린다. 농구 코트 3분의 1 크기다.

“구치소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게 재소자 간 대화다. 운동시간에도 서로 대화하면 안 된다. 나는 그 취지를 이해했다. 재소자 간 대화를 허용하면 암호로 교신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독방 생활이 혼거실보다 편하지만 단점도 있다. 외로움과 적막함이다. 그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독방이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다.”

독방 생활을 하다 보니 종종 사형수와 맞닥뜨려졌다.

“처음에는 사형수인 줄 몰랐다. 그런데 빨간 명찰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저분들은 누구냐’고 물어보자, 사형수라고 하더라.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할 때 사형을 집행한다고 해서 많은 사형수가 서울구치소로 옮겨 왔다고 들었다. 우리 동에서 본 사형수만 6, 7명이다. 주로 운동하러 갈 때 만났다.”

사형수와 대화해본 적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 나는 구치소에서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 점에서는 모범적이었다. 재소자가 규정을 어기면 교도관이 힘들어진다. 접견(면회) 때도 마찬가지다. 대기실에서 간혹 대화하다가 걸려 벌점 먹는 재소자가 있다. 나는 일절 하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재소자와 교도관은 대체로 갈등 관계다. 한쪽은 규율을 강요당하고 다른 한쪽은 그들을 통제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신 전 위원장은 뜻밖에도 교도관의 고충을 언급했다.

“교도관들 정말 고생한다. 재소자 관리라는 게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재소자들이 지시와 규정에 잘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도관 수가 절대 부족이다. 자주 인사하던 교도관에게 ‘하루에 얼마나 걷냐’고 물어보니 ‘2만~3만 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구치소 내에서 전동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교도관도 있다.”

성격이 낙천적인 신 전 위원장은 구치소 생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봄 윤 전 대통령이 재소자 신분으로 헌법재판소에 출정할 때 구치소 측에서 넥타이를 허용한 데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헌재에서 탄핵당하기 전까지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다. 그걸 고려하면 머리 손질 정도는 배려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넥타이를 매게 한 건 명백한 구치소 수칙 위배였다. 구치소에서는 어떤 끈이든 허용하지 않는다. 자칫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고,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리띠가 없는 것도 그래서다. 넥타이도 마찬가지다. 예외를 둬서는 안 될 일이었다.”

신 전 위원장에 대한 재판은 1년 이상 1심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가 검찰 공소장에 대해 여러 차례 수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공판 진행이 늦어진 데다 검찰 측에서 요청한 증인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중간에 재판부가 바뀐 점도 영향을 끼쳤다. 신 전 위원장과 뉴스타파 측은 윤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울 방침이다. 반의사 불벌죄인 명예훼손 사건은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 기각으로 판결 없이 재판이 끝난다. 하지만 신 전 위원장은 끝까지 시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겠다는 생각이다.

“손자병법에 ‘선전자 입어불패지지(善戰者 立於不敗之地)’라는 문구가 있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애초 지지 않을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가만히 있으면 망한다. 그러니 내가 초조해할 이유가 없다. 수사가 길어지든 재판이 길어지든 어차피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망할 사람이 누구인지 딱 정해져 있는데 내가 왜 초조해하겠나?”

 

★ 본 기사는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