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서울구치소 체험담①

“고통스럽게 덥지만, 독방은 견딜 만해” “윤석열의 고통?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2025-07-28     김승옥 언론인

7월1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로 되돌아갔다. 3월8일 법원의 구속취소로 석방된 지 124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2평대(6.6㎡) 독방에 수용됐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독방은 3~4평대였다. 윤 전 대통령에게 그보다 더 좁은 독방이 배정된 것은 구치소 내부 사정, 즉 과밀 수용 문제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이 재수감된 후 언론은 ‘에어컨 없는 독방에서 여름을 보내게 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물론 전국 어느 구치소에도 에어컨은 없다. 예산 문제도 있지만, 국민 정서와 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돌아간다.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지난해 6월 구속돼 서울구치소에서 한여름을 보내고 그해 11월 보석으로 출소했다. 죄명은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등 5가지. <뉴스타파> 기자들과 함께 기소됐는데, 1심 재판이 1년 넘게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뉴스타파>가 신 전 위원장과 대장동 사건의 주역 김만배 전 화천대유 대주주의 인터뷰, 이른바 신학림-김만배 대화 녹취록을 보도한 데서 빚어졌다.

사건 초기에는 피고인 측이 불리해 보였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점차 검찰이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재판부가 여러 차례 공소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심지어 “공소 기각까지 검토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억지 기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만큼 그의 재구속에 대한 신 전 위원장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의 서울구치소 체험담은 윤 전 대통령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인터뷰는 7월 중순 진행됐다.

서울구치소/자료=네이버 나무위키

Q. 얼굴이 좋아 보인다.

“그 안(서울구치소)에서는 더 좋았다.”(웃음)

Q. 검찰 수사에 문제가 많기는 해도, 국민에게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됐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원래 자유로운 영혼이고 자연인이기에 잘 지내고 있다.”

“인권위 덕분에 구치소 환경 크게 좋아져”

Q. 재판 진행 상황은?

“8, 9회 진행되다가 (인사 발령으로) 재판부가 바뀌어 사실상 재판을 새로 하고 있다. 9월부터는 2주에 한 번씩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Q.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다. 윤 전 대통령이 처벌을 원했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나?

“확인할 길이 없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해 6월 20일 구속돼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됐다. 공교롭게도 그에게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윤 전 대통령은 약 1년 뒤 그의 뒤를 따랐다. 신 전 위원장이 ‘구치소 선배’인 셈이다.

Q. 두 사람 다 여름에 구속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거의 한 달 동안 날씨가 흐렸다. 하늘에 구름이 끼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7월 중순까지는 더위가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굉장히 더웠다.”

Q. 이번 여름이 더 덥다고 하는데.

“내가 겪은 바로는 지난해와 비슷하다.”

Q. 서울구치소 입소 절차는 어떻게 되는가?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구치소 미결수 수용시설에서 대기했다. 영장이 떨어진 후 사진 찍고(머그샷) 신체검사하고 옷 갈아입고 독방에 수용됐다.”

Q. 구치소 신체검사를 두고 인권 침해 논란이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것 전혀 없다. 20~30년 전 반독재 민주화 투쟁하다가 들어갔을 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지금의 재소자들은 인권을 누리고 있다. 이건 전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공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치소와 교도소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설과 운영체계, 재소자 인권 보호, 교도관 태도 등이 과거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화장실만 해도 지금은 전부 현대식 좌변기다. 과거 수세식 화장실과 달리 냄새가 거의 안 난다.”

Q. 윤 전 대통령이 2평짜리 독방에 수감됐는데, 혼거실과 비교하면?

“지난번에 구속됐을 때는 4평이라고 들었다. 7~8명이 같이 쓰는 혼거 수용실 크기가 4평 조금 안 된다. 수용실은 직사각형 구조다. 직사각형이라야 누워 잘 수가 있다. 2평이면 6.6제곱미터이니, 가로, 세로 길이가 약 2m, 3m 정도다.”

서울구치소 독방에는 관물대, TV, 책상 겸 밥상, 식기, 변기 등이 있다. 혼거실도 비슷하다. 신 전 위원장이 설명하는 화장실 구조는 이렇다.

“화장실 칸막이는 유리인데, 문으로 돼 있다. 아래쪽은 색칠이 돼 있어 변기에 앉을 때 하반신이 안 보인다. 다만 얼굴은 밖에서 교도관이 볼 수 있는 구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됐던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이 인터뷰에서 서울구치소 체험담을 털어놓았다./자료제공=김승옥 언론인

 

선풍기와 부채

Q. 선풍기 작동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데.

“중앙통제 방식이다. 50분 돌아가고 10분 쉰다.”

Q. 기온이 너무 높으면 선풍기 바람도 더워지지 않나?

“방에 종교단체에서 보내준 부채가 하나 있더라. 밖에 있을 때는 더워도 부채는 안 부쳤는데, 구치소에서는 사용하게 됐다. 선풍기가 돌아가지 않는 10분 동안 부채를 부치니까 좋더라.”

서울구치소는 3층 구조다. 3층을 ‘상’, 2층을 ‘중’, 1층을 ‘하’라고 표기한다. 그는 처음에는 3층에 있다가 2층으로 옮겨갔다. 그의 명찰에는 ‘15중2 1911’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용실은 15동 2층의 두 번째 방이고, 수용번호는 1911번이라는 뜻이다.

Q. 15동에 독방이 있나?

“동마다 독방이 있다. 보통 각 동 1~3번 방이 독방이다. 입구에서 가까운 순이다. 4번 방부터는 조금 크다. 한 방에 7~8명까지 들어간다.”

Q. 혼거실과 독방은 주거환경이 크게 다를 듯싶은데.

“혼거실에서는 잘 때 관물대(사물함) 빼고 누우면 서로 살이 붙는다. 낮에 안 자고 활동할 때도 방바닥에 같이 앉으면 비좁다. 그러니 여름에 얼마나 괴롭겠나? 독방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미안했다. 지난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독방 수용자는 운동장도 따로 쓴다. 서로 어울리지 못하게 운동 장소를 분리해 놓은 것이다. 운동장이 농구 코트보다도 작다. 그런데 어느 날 3층 독방을 쓰는 사람이 ‘어제 46도까지 올라갔다’고 하더라. 온도계가 없는데 그걸 어떻게 아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사형수더라.”

Q. 사형수는 어떻게 그런 걸 알았을까?

“그 비결은 알 수 없다. 어쨌든 거짓말할 사람 같지는 않았다.”

Q. 사형수는 구치소 당국이나 다른 재소자들이 좀 배려해 준다고 들었다. 그 사람한테 온도계를 준 걸까?

“그건 모르겠지만, 뭔가 근거가 있으니 그렇게 말했다고 본다. 실제로 무척 더웠다. 3층짜리 슬래브 건물인데 지붕을 따로 하지 않아 복사열 때문에 굉장히 덥다. 게다가 오래된 건물이라 시설이 낡았다. 특히 3층 수용자들은 엄청나게 고통스럽다.”

Q. 찬물 샤워는 하루에 몇 번이나 할 수 있나?

“독방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바가지로 물 퍼서 하면 된다.”

Q. 공동목욕탕 이용은 제한이 있겠다?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한 동에 70명가량 수용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사용 신청을 받는다. 독방 수용자 중에는 거기 안 가는 사람도 있다. 자기 방 화장실에서 찬물 끼얹으면 되니까. 하지만 혼거실 수용자들은 7~8명이 한 화장실에서 일도 봐야 하고 밥 먹은 식기도 씻어야 한다. 그러니 샤워 시간을 적절히 배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꼭 공중목욕탕에 간다.”

저녁을 4시 반에 먹는 이유

Q. 구치소 일과는?

“아침 6시에 점호하고 바로 식사한다. 8시에 한 번 더 점호하고 11시 반에 점심을 한다.”

Q. 점심 먹을 때까지 하는 일은?

“딱히 없다. 자유시간이다. 미결수니 작업도 없다. 점심 먹고 나면 운동한다. 혼거실 수용자는 인원이 많으니 30분씩 하고, 독방 수용자는 한 시간씩 한다.”

Q. 무더운 날씨에는 운동하라고 해도 안 할 것 같은데.

“아니다. 운동장이 밖에 있으니 하늘 보기 위해서라도 나간다. 몸 아픈 사람 빼고는 다들 나간다.”

Q. 주로 어떤 운동을 하나?

“걷기도 하고 스쿼드도 하고 체조도 하고.”

Q. 역기 운동도 가능한가?

“그건 (일반 수용자들이 쓰는) 단체 운동장에 있다.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정도로. 허리 돌리는 기구도 있고. 사회 있을 때 역도나 유도 했던 사람들은 동료 재소자를 무등(목말) 태우고 스쿼드를 하기도 한다. 나는 스쿼드를 한 번에 450회 정도 했다.”

Q. 저녁 식사 시간은 오후 4시 반이다. 구치소에서는 왜 그렇게 빨리 먹을까?

“이유가 있다. 아침이 6시 15분쯤이고 점심이 11시 반이다. 간격이 약 5시간이다. 그러니 그 계산대로라면 4시 반이 맞다. 교정본부에서 정밀하게 계산했다고 본다. 종일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니 (수용실) 안에서 많이 걷게 된다. 그런데 그것도 여의찮은 수용자에게는 늦은 식사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구치소 당국이 나름 과학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본다.”

Q. 저녁에는 주로 TV를 시청하나?

“TV는 모든 방에 있다. 볼 수 있는 (지상파 방송) 채널이 4개다. KBS, MBC, SBS, EBS. 뉴스는 실시간으로 내보내 준다. EBS에서는 불교나 기독교 같은 종교 방송을 편집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종편(종합편성채널) 시청도 가능하다. TV조선, 채널A, JTBC, MBN이 지상파 방송에 하나씩 배정돼 있다. 다만 뉴스는 안 나오고, 주로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다. 밤 9시가 되면 취침하니까 모든 방송이 끝난다.”

그는 입소 후 두 달 동안은 TV 시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기간에 자신이 구상한 영화 시나리오의 시놉시스를 집중적으로 정리했다.

Q. 취침 시간에는 불을 다 끄나?

“불은 안 꺼진다. 구치소에는 밝은 등, 어두운 등 두 개가 있는데, 밤 9시가 되면 밝은 등은 끄고 흐린 등은 켜 둔다.”

Q. 책 읽기는 힘들겠다. 눈도 나빠질 테고.

“읽을 수는 있다. 눈이 나빠질 수는 있는데 보이긴 한다. 화장실 불은 늘 켜져 있고.”

Q. 감시하는 차원인가?

“감시라기보다는 늘 인원을 파악해야 하니까. 안에 있는지 없는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윤 전 대통령의 수감생활은 어떨까? 신 전 위원장은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구치소 생활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구치소에 들어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에 따라 적응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밖에서 호화스럽게 산 사람은 고통스럽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밖에 있을 때보다 나은 환경일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자유를 느낄 수도 있다.”

그에 따르면, 음식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윤석열의 식성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수용자의 절반은 밖에서보다 더 잘 먹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음식이 잘 나온다. 집에서는 아침에 먹은 반찬을 저녁에 또 먹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데 구치소에서는 김치 빼고는 매번 반찬이 바뀐다. 국 포함해 1식 3찬 또는 4찬이다. 기초대사량이나 영양을 충족하는 음식들이라 나는 잘 먹은 편이다.”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의 서울구치소 명찰. 위 숫자는 15동 2층(중) 2번 방이라는 뜻이고, 아래 숫자는 수용자 번호다./자료제공=김승옥 언론인

Q. 비교적 만족했다는 얘긴가?

“만족 정도가 아니다. 영치금으로 제철 과일도 사 먹을 수 있고, 라면이나 소시지도 신청해서 먹을 수 있다.”

그는 원효 대사의 일화를 끄집어냈다.

“원효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고 했다. 동굴에서 잘 때 간밤에 바가지로 물을 마시고 시원함을 느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해골바가지였다. 거기서 큰 깨달음을 얻지 않았나? 내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된 다음 날 검찰에서 불렀다. 나를 조사하는 검사한테 ‘나에게 무한 자유와 절대 자유를 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검사가 ‘대놓고 욕하는 것보다 더 무섭다’고 하기에, ‘진심’이라고 말해줬다.”

Q. 아니, 구속 후 첫 조사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건가?

“이제껏 60여 년을 사는 동안 온전히 나 자신한테 집중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밖에서는 그게 힘들다. 그런데 거기서는 종일 나 자신한테만 집중하게 된다. 나는 이걸 자유라고 봤다. 무한 자유, 절대 자유. 그 안에서는 누가 나에게 해코지하지도 않는다. 식사도 배식을 받아서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 먹느니 안 먹느니, 누가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냄새나는 음식을 바로 안 먹고 오래 보관하면 냄새나니까 그건 못 하게 한다.”

* 신 전 위원장의 구치소 체험담은 2편으로 이어진다.

본 기사는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