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강타할 ‘내란 특검’
조은석 인물 탐구 & 논란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 이른바 3대 특검이 동시에 가동됐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 채상병 특검은 140일이기 때문에 올 하반기는 특검 정국이 될 전망이다. 수사팀 구성이 마무리되고 수사가 본격 시작되면 언론의 취재, 보도 경쟁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세 특검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됐다가 뒤늦게 출범한 터라 진실 규명 못지않게 실적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전 정부에 대한 단죄 성격인 만큼 자칫 진영 갈등과 대립이 격화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정치보복성 특검”이라고 비난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보수 진영을 초토화한 적폐 청산 시즌 2가 될지 모른다는 탄식도 흘러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진보 진영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던 적폐 청산 수사의 두 주역은 뒷날 보수 정당의 대통령과 당 대표가 됐다.
세 특검 하나하나가 핵폭탄급이지만, 그중 가장 주목받는 특검은 아무래도 내란 특검이다. 수사 범위도 가장 넓고 수사 대상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내란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단죄, 정치권과 군, 국정원, 검찰 등 권력기관 내 숨은 동조 세력 적발 등 수사할 내용이 광범위해 고도의 수사력을 요구한다. 수사 인력만 봐도 역대 최대 규모다. 특검보 6명에 파견검사 60명, 파견 공무원과 파견 수사관이 각각 100명씩 총 267명이다. 웬만한 지방검찰청보다 많은 인력이다.
민주당이 적극 추천한 이유
역대 최대 규모의 특검을 이끌 조은석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 과정의 불법성을 폭로해 화제가 됐다.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진보 진영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던 만큼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지원군을 얻은 셈이었다. 이번에 민주당이 그를 내란 특검으로 추천한 데는 그 사건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월 차관급인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조 특검은 올해 1월 말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직했다. 당시 그를 감사위원으로 영입한 사람은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평소 조 특검의 강직한 성품과 꼼꼼한 업무 처리 능력을 눈여겨본 최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5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난 조 특검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대학교 4학년 때인 1987년 사법시험 29회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19기로, 박근혜 정부 실세로 통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를 맡고 있는 윤갑근 변호사, 문재인 정부 때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봉욱 전 대검 차장, 이건태 민주당 의원 등이 연수원 동기다.
조 특검은 검찰 재직 시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사실 직책과 보직으로만 보면 특수통 계보에 끼지 못한다. 특수통 검사들의 필수 코스인 대검 중수부 과장이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족검사’들의 활동무대인 대검, 법무부, 서울중앙지검 요직을 맡은 적도 없다. 대검 범죄정보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대검 대변인,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대검 형사부장, 청주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서울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힘 있고 빛나는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를 비주류 특수통이라고 평하는 것은, 이른바 잘나가는 검사 대열에 끼지는 못했지만, 대형 사건 수사팀에 파견되거나 합류해 뛰어난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정치검사라는 비판을 들은 적도 없고, 실제로도 정치색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이력만으로 보면 민주당 측이 그다지 좋아할 만한 검사는 아니다.
정치권 눈치 안 본 칼잡이
조 특검이 특수통 반열에 오른 계기는 김대중 정부 초기 발생한 경성그룹 비리 수사다. 여권 실세인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 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구속했다. 1999년에는 두 건의 대형 수사에 참여해 이름을 날렸다. 장관, 검찰총장 등 고위직 공무원 부인들이 연루된 옷 로비 사건 때는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을 재산 해외 도피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때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돼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진 전 부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장인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대검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 재수사팀에 합류해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치적 동지인 안희정 전 정무팀장, 염동연 전 정무특보 등을 구속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국민 검사’로 불린 안대희 검사장이 이끄는 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서도 활약했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인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조사하고, 이 실장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 로비 사건, 이른바 청목회 사건을 파헤쳐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지역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그중 6명을 기소해 정치권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평을 들었다. 당시 청목회는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30여 명의 국회의원에게 금품과 후원금을 건넸다.
조 특검이 진보 진영에 강직한 이미지로 다가선 것은 크게 두 가지 사건 때문이다. 첫째는 대검 형사부장이던 2014년 세월호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청와대, 법무부와 충돌했던 일이다. 세월호 초기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이 원칙대로 수사하려 들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청와대와 법무부가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에서는 우병우 민정비서관, 법무부에서는 황교안 장관 지시를 받은 김주현 검찰국장이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광주지검 수사를 지휘한 조은석 대검 형사부장은 해경 지휘부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청와대와 법무부는 검찰에 재검토를 종용했으나 결국 해경 지휘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특검은 이 사건 이후 청주지검장으로 밀려났다가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라는 한직으로 좌천됐다. 옷 벗고 나가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묵묵히 견뎌낸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서울고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비록 수사권을 행사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명예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자리였다. 이듬해 검찰총장 후보에서 밀려난 고참 고검장이 가는 자리인 법무연수원장으로 옮겨갔다. 이어 2019년 사법시험 4기수 후배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검찰을 떠났다.
두 번째 사건은 현직 감사원 감사위원으로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에 제동을 걸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홀로 맞선 일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조 감사위원은 전현희 표적 감사 과정의 불법성을 낱낱이 폭로했는데, 감사원 측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법적 논쟁에서도 조 감사위원에게 밀렸다. 이어 최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당하자, 권한대행을 맡아 한남동 대통령 관저 건물 공사비 대납과 관련해 검찰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감사와 관련해 재심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에서 상당히 반감을 품을 법한 이력인데도 진보 진영 일부에서 강한 경계심과 거부감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SNS 등에 돌고 있는 조 특검에 대한 비판 논거를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진보 진영 내 논란
먼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슷한 특수통 검찰주의자라는 점이다. 여전히 친윤 검사들이 장악한 검찰과 한통속이 돼 내란 세력을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고 적당히 봐줄 거라는 의심이다. 둘째,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조사를 받으러 온 날 홍만표 당시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함께 검찰청 창가에 서서 웃는 사진이 찍혔는데 비판론자들은 이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모욕으로 간주한다. 셋째는 감사원장 권한대행 자격으로 국회에 출석해서 심우정 검찰총장과 내란 수사를 이끄는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다. 진보 진영에서 욕을 먹는 검찰 지휘부를 감싸는 걸 보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일면 일리가 있지만, 지나치게 원리주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먼저 첫 번째 의혹. 조 특검이 특수통 출신의 검찰주의자라는 건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한동훈 전 대표와는 결이 다른 검찰주의자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과 달리 검찰 수사권 축소에 찬성하고 나아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 감독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전 대통령과 조 특검 모두 자타공인 칼잡이로 일세를 풍미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장비 스타일이라면 조 특검은 관우에 가깝다. 힘과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수사보다는 정교하고 지혜로운 수사를 한다는 평을 들었다. 온화한 표정으로 독하게 수사하는 스타일이다.
일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의심하기도 하는데, 검찰을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필자가 보기에는 근거 없는 의혹이다. 업무적으로 얽힌 적은 있지만 인간적으로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도 없고 같은 수사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도 없다. 두 사람 다 노무현 정부 초기 대선자금 수사팀에 파견된 적이 있는데, 사건이 서로 달라 한 팀이라고 할 수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던 조 특검은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됐을 때 주변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같은 특수통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에 대한 동질감과 신뢰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권 후 윤 대통령이 김건희 씨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감추고 덮는 데 급급한 걸 지켜보면서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심리적으로 절연한 상태다. 내란 특검에는 현직 검사 60명이 참여한다. 검찰과 협조할 수밖에 없다. 검찰 주변에서는 조 특검이 윤 전 대통령과 윤석열 사단에 대한 빚이 없기에 친정인 검찰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자기관리 철저한 외유내강형
두 번째 비난의 대상인 사진 관련 의혹을 살펴보자. 언젠가 필자가 조 특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하필 노 전 대통령이 소환된 날 창가에서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함께 웃어서 논란에 휩싸였느냐고. 뒷날 전관 비리 변호사의 대명사가 된 홍만표는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팀의 핵심이었다. 조 특검에 따르면, 당시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 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웃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는 것이다. 어쨌든 조 특검은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라인도 아니었다. 당시 수사팀의 주축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이었다. 조 특검은 대변인으로서 수사 내용을 발표하고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세 번째, 심우정 총장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옹호한 발언은 비판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 지난해 12월 그가 감사원장 대행으로 국회에 출석했을 때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국민적 신뢰를 잃은 검찰보다는 여러 수사기관이 협력하는 합동수사팀이 낫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하며 그의 의견을 물어봤다. 그런데 조 특검은 정 위원장 기대와 달리 “심 총장이 비상계엄 관련 수사팀을 꾸린 것은 내란 수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 표출이고 박 고검장이 이끄는 내란 수사팀이 잘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게다가 두 사람에 대해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호평했는데, 이것이 비판론자들의 감정을 크게 자극했다.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한 평가를 떠나 검찰주의자로서 친정인 검찰을 무조건 감싸는 태도로 비친 것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내란 수사에 대한 검찰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군검찰과 공조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에 가담한 군 주요 지휘관과 장교들에 대한 신속하고도 정밀한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하고, 검찰 수사 내용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에서 활용된 것은 그것대로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그를 특검으로 임명한 것은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을 떠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정권에 종속적인 태도를 보인 감사원에서 소신껏 행동하고 국회에 출석해 감사원의 비리를 용기 있게 고발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외유내강형인 조 특검은 평소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다. 두주불사형인 윤 전 대통령과 달리 검사 시절에도 술을 즐기지 않았는데, 퇴임 후에는 시간도 아깝고 건강에도 안 좋다며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식사 약속 잡을 때도 화려하고 비싼 곳보다는 조용하고 서민적인 식당을 선호한다. 도덕성과 규정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로서, 감사위원 시절에는 공직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대외 활동과 사교 활동을 최소화하고 외부인 접촉을 꺼렸다.
조 특검은 검사 시절 정치권 눈치 안 보고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치밀하고 완벽한 수사를 한다고 정평이 났던 만큼 내란 특검의 적임자라는 평을 듣는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구속하고 내란에 연루된 야권과 극우세력을 초토화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지만, 원칙을 지키되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이고 절제된 수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모쪼록 내란 특검이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과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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