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음주문제·정신장애 밀접 관련…같은 유전자 공유

2025-06-11     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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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정밀의료센터) 연구팀이 음주 문제와 조현병 등 정신장애의 유전적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정 유전자가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1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삼원홍희 삼성서울병원 교수·안예은 연구원·김재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은 다인종 43만 명의 ‘대규모 전장 유전체 연관분석(GWAS)’을 활용해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 간 공통된 유전적 구조와 원인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GWAS는 사람의 유전체 전반에 걸친 유전변이를 조사하고 음주·흡연 등 행동특성이나 조현병·우울장애 등 특정질환과 연관된 유전자를 찾는 분석 기법이다.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의 유전적 연관성 분석 결과 / 자료제공 = 분당서울대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주 문제가 조현병과는 73%의 공통된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경성식욕부진증 65% △자폐스펙트럼장애 60% △양극성장애 50%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46% △우울장애 39% 등이 공통된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가 단순히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을 넘어 공통된 유전적 기반 위에서 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강한 유전적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이 두 질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 후보들을 좁혀 나간 결과, ‘TTC12’와 ‘ANKK1’이라는 유전자가 공통 원인임을 밝혀냈다. 두 유전자는 동기나 보상, 쾌락 등의 신호를 전달하는 뇌 속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시스템을 조절하는 요소로 충동 조절이나 보상 시스템과 같은 뇌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음주 문제나 정신장애에 대한 표적 치료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명우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많은 정신장애 환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풀기 위해 음주를 택하지만 오히려 증상이 약화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번 연구는 음주 문제와 정신장애를 동시에 겪고 있는 환자를 위한 치료제의 새로운 기전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원홍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대규모 유전체 분석과 최신 통계기법을 활용해 복합 질환 간 유전적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했다”며 “이런 연구 방법은 다양한 질환 간 유전적 연관성을 고려한 최적의 치료법 개발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