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분석] 24년 연속 부동의 1위 삼성
삼성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에서 2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액은 400조 원에 육박해(399조6360억 원) 한국 명목 GDP(국내총생산)의 15%를 차지했다.
삼성, 자산총액 589조 매출액 400조
공정위가 발표한 ‘2025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삼성이 1위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11조6000억 원)인 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발표하는데 이 순위가 곧 ‘재계 순위’로 통한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소속 회사들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등 다양한 규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기업집단의 규모와 경제적 영향력, 투자 및 기업가치 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식되며 대통령과 총수들의 간담회나 국가적인 행사에서도 이 순위에 따라 의전 서열이 정해지는 만큼 총수 및 기업 관계자들은 순위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삼성 계열회사는 63개로 전년과 동일했다. 삼성은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을 첫 발표한 1987년에 현대, 대우에 이어 3위였으나 2001년 1위에 올랐고 이번 발표로 24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공정자산총액으로 보면 삼성은 589조 원으로 압도적이었다.
대내외 환경 변화로 산업 지형이 바뀌면서 주요 그룹의 자산총액이 변동되며 순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상위 10대 그룹은 SK(2위, 362조 원), 현대차(3위, 306조 원), LG(4위, 186조 원), 롯데(5위, 143조 원), 포스코(6위, 137조 원), 한화(7위, 125조 원), HD현대(8위, 88조 원), 농협(9위), GS(10위, 79조 원) 순이었다.
삼성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399조6360억 원, 순이익 41조602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매출액은 11.35% 증가했고 순이익은 4.38% 감소했다.
‘재계 빅10’ 가운데 순위가 점프한 곳은 롯데(6→5위), 농협(10→9위)이다. 롯데는 자산총액이 129조8290억 원에서 지난해 143조3160억 원으로 약 14조 원 증가했다. 롯데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 이후 토지자산 재평가로 자산이 증가하면서 철강업 업황 악화 영향을 받은 포스코를 제치고 5위를 되찾았다. 농협은 산하 농협금융지주의 예대마진이 증가했다.
순위가 하락한 곳은 포스코(5→6위), GS(9→10위)이다. 포스코는 공정자산이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0.62%) 롯데가 토지재산재평가로 공정자산을 더 늘리면서 순위가 한 단계 하락했다. GS는 공정자산, 매출액, 순이익 모두 지난해 대비 감소하면서 순위가 낮아졌다. 지난해 HD현대에 밀려 9위로 내려갔던 GS는 올해 농협에 밀려 한 계단 하락해 10위가 됐다. GS는 유가 하락으로 관련 계열사 자산이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자산총액이 감소한 곳은 GS가 유일하다. GS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79조3170억 원으로 1년 전(80조8240억 원)보다 1조 원 넘게 뒷걸음질 쳤다.
10대 그룹 중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7위 한화다. 한화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회사를 신규 설립 및 지분 인수하며 계열사가 108개→119개로 11개 늘었다. 반대로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SK다. SK는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며 1년 만에 계열사 수를 219개에서 198개로 21개 축소했다.
92개 대기업집단 중 계열사 수 100개를 넘는 곳은 SK(198개)·한화(119개)·카카오(115개) 3곳뿐이다. SK는 2023년 대기업집단 중 처음으로 계열사 수가 200개를 돌파했으나 방만한 투자로 인한 사업 비효율과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 계열사 등을 대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AI)·배터리·반도체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고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3사도 합병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자산총액이 14조 원 증발한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2월 38년 만에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LIG, 대광, 빗썸 등 5곳 신규 진입
LIG(69위), 대광(74위), 사조(88위), 빗썸(90위), 유코카캐리어스(91위) 등 5곳은 자산기준 5조원을 넘겨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새롭게 포함됐다. 가상자산(가상화폐)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빗썸이 재계 90위로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진입했는데, 공정위는 “지난해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가 활성화돼 고객 예치금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사업자로 이미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두나무는 지난해 공시집단이었는데 올해는 36위로 17계단 상승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올라섰다.
지정학적 갈등 심화에 따른 각국 군비 증강으로 방위산업이 급격히 성장한 덕에 주요 방위산업회사를 계열사로 둔 회사도 몸집을 불렸다. LIG는 K방산 훈풍에 힘입어 자산총액이 7조1090억 원까지 늘어 69위로 신규 진입했다. 한화(7위)와 한국항공우주산업(62위)도 자산이 늘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운임 인상과 환율 상승에 이은 표시통화 환산이익 발생 등으로 자동차 운송 사업이 주력인 유코카캐리어스가 91위로 공시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해운업을 하는 HMM(20→17위)·장금상선(38→32위)도 같은 이유로 순위가 올랐다.
반면 보험업 주력 집단의 경우 자산이 감소하거나 재계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로 보험계약부채가 증가(자본 감소)해 DB[012030](35→40위)·교보생명보험(39→47위)·현대해상화재보험(68→81위)의 자산이 감소하고 순위가 하락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중 자산총액이 가장 최근의 명목 GDP 확정치(2324조 원)의 0.5%에 해당하는 11.6조 원 이상인 46개 집단(소속회사 2093개)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수 및 소속회사 수는 지난해(48개, 2213개) 대비 각각 2개, 120개 감소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상향 지정된 집단(2개)은 한국앤컴퍼니그룹, 두나무이고, 지난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었던 교보생명보험, 태영, 에코프로의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하향 지정되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들은 1일부터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금지 등이 적용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의 경우 이에 더하여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적용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상위 5개 집단이 전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으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각 재무현황 기준 약 90%를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상위 기업들은 각자의 입지를 찾으려 고군분투하고는 있지만 순위가 낮거나 중경,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숨겨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