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타임즈 선정 2024년 10대 뉴스

2024-12-31     조준호 기자

2024년 갑진년은 다른 해와 달리 연초부터 연말까지 초대형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속출했다. 또 무더운 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들려온 한국 선수단의 선전은 무더위를 날려준 쾌거였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역시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저력을 일깨웠다.

올해 마무리 짓지 못하고 계속 진행 중인 이슈도 있다. 1년 내내 지속된 의대증원을 둘러싼 갈등과 혼선은 한국사회에 적잖은 숙제로 남겼고 산유국의 꿈을 되살려준 대왕고래프로젝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대통령 탄핵

고개 숙인 윤석열 대통령

12월3일 오후 10시28분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만에 발동된 비상계엄으로 많은 시민들이 국회를 지키기 위해 한밤중에도 거리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경찰의 통제를 뚫고 국회에 들어오거나 국회 담을 넘는 등 비상계엄을 해제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12월4일 오전 1시1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통과되고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인 12월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외신들은 45년만의 비상계엄 선포를 한국 시민들이 막았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 12월7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 투표는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무산됐지만 윤 대통령이 대다수 국무위원과 참모의 반대에도 계엄을 강행한 사실이 속속 드러났고 군 관계자들로부터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와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퇴진’으로 출구를 찾고자 했지만 윤 대통령이 12월12일 담화에서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사실상 퇴진을 거부했다. 이에 12월14일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204표로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이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사기관의 수사도 받고 있다.

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소설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 째다. 10월10일 스웨던 한림원은 한강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정 사유로 꼽았다.

한강 작가 발표 당시 국내와 전 세계에서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아시아 여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주요 후보로 언급되지 않았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무라카미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라카미의 모교에서는 그의 동창들이 10명 이상이 모여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노벨문학상 수상에 국내 서점가는 활기를 띠었다. 한강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 대부분을 독식하며 엿새 만에 총 100만 부 넘게 팔렸고 밀려드는 주문에 인쇄소는 주말에도 책을 찍어냈다. 또 한강 작가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이 열리는 시간보다 일찍 줄을 서는 등 한강 작가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성을 다룬 소설집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부커상을 받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의 비극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 등 국가적 폭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한강은 시상식 기념 연회에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시상식 전후로 마련된 ‘노벨 주간’ 행사에서는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증원으로 시작된 의정갈등 ‘최고조’

올해 2월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25학년도부터 5년간 입학 정원을 현재보다 2000명씩 늘려 이들이 졸업하는 2031년부터 2035년까지 의사 1만 명을 추가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의사 수 부족으로 필수의료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도 의료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던 의대 증원이 27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발은 거셌으며 전공의들은 정부의 이런 발표에 집단 사직을 하고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집단 사직과 휴학으로 인한 피해는 환자의 몫이었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진료와 수술이 일제히 줄어들었고 한때 주요 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평시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암 환자의 수술이 연기되고 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심각해졌다. 

‘응급실 뺑뺑이’로 살릴 수 있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사망하는 등 환자 가족들과 소방 구급대원의 절망감은 다른 때보다 더 컸다. 한 소방 구급대원은 “환자를 이송하려면 최소 5~7곳의 병원에 전화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현 상황을 말했다.

극심한 의정갈등과 사상 초유 의료대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교육 여건에 맞춰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1509명으로 확정한 후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입시 일정을 진행했고 의료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를 고수하며 대치 정국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 딥페이크 성범죄와 전쟁 선포

타인의 얼굴 사진과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나날이 발전하는 AI를 이용한 기법으로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주로 딥페이크 범죄가 벌어졌고 피해자들은 학생, 교사, 교직원 등이 대다수였다. 군부대내에서도 딥페이크 범죄가 벌어져 정부가 딥페이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대 출신 주범 박모 씨 등이 2021년 7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딥페이크 기술로 대학 동문 등 여성 수십명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퍼뜨린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서울대 N번방) 사건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가해자들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개 게시물에서 무단 수집한 사진·영상을 통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등학생도 범죄 표적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부가 실태조사에 나섰고 각급 학교도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학부모와 학생에게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은 비전문가들도 쉽게 딥페이크 합성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앱 마켓에서 딥페이크 기반 콘텐츠 제작 앱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인터넷에서도 학습용으로 딥페이크 프로그램을 만드는 법을 알아낼 수 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주로 텔레그램으로 생성·유포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피해 학교 명단’이 공유되기도 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감과 공포감을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을 강화했다. 

경찰청은 8월부터 특별 집중단속에 나선 가운데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1094건을 접수·수사해 피의자 573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피의자 중 463명(80.8%)은 10대로 확인됐다. 

각 17개 시·도 지자체에서도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자체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 제보, 피해자 심리 치료 등 피해자 중심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시행했다. 서울시는 경찰·검찰·서울시교육청이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공동 대응 업무협약식’을 통해 4자 간 핫라인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4자 간 핫라인 시스템은 딥페이크 성범죄착취물에 대해 적극적인 삭제 및 피해지원, 공동 교완 개발 및 예방 교육·캠페인 운영 등을 논의했으며 학교에서 범죄·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서울시로 신속 연계한다. 이후 피해 사진과 영상물 삭제를 신속 지원하는 등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신속 대응을 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늘자 정부와 국회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텔레그램과 핫라인을 구축해 딥페이크 성범죄 차단에 협력하기로 했다. 텔레그램은 보안을 강조하고 비밀대화방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국 정부나 공공기관의 소통에 소극적이었으나 대화방 링크 주소와 비밀번호를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면서 불법 정보를 유포하거나, 공개 채널 서비스에서 불법 정보가 유통되는 사례가 빈발함에 따라 방통위는 이러한 텔레그램 서비스에 대해서는 공적 규제나 심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강화 차원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고 국무회의에서도 의결됐다. 딥페이크 성범죄물과 같은 허위영상물을 소지하거나 저장·시청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제작한 사진·영상에 워터마크 표시를 의무화한 ‘AI기본법’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소수정예 파리올림픽 최고 성적…안세영 ‘작심발언’

2024 파리올림픽

21개 종목, 선수 144명의 ‘소수 정예’로 참가한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낼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단일대회 최다인 금메달 13개를 수확했다.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반효진(사격)을 비롯해 ‘양궁 3관왕’ 임시현(양궁) 등 MZ 세대의 선전은 온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1976년 몬트리울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최소 인원을 파견한 한국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인 금메달 13개를 획득했다. 우리나라 메달밭이라고 부리는 종목들이 이번 대회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면서 거둔 성과다. 특히 활, 총, 칼을 사용하는 종목에서 금메달 10개를 수확하며 ‘한국은 전투민족’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도구’를 이용한 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다. 특히 양궁에서는 역대 최다인 금메달 5개를 목에 걸며 양궁 종목 모두를 1위를 차지했다. 파리올림픽에서 32개 메달과 종합 8위라는 역대급 순위를 거둔 이유로 한 누리꾼은 “천년의 역사 동안 전쟁을 치룬 우리 민족에서 손에 무기를 쥐어주면 실력 발휘를 900%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누리꾼의 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다.

파리올림픽이 기쁜 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안세영 선수는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협회에 대한 ‘작심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안세영의 작심발언으로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배드민턴협회와 다른 협회들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문체부 감사 결과 배드민턴협회는 선수단 내 부조리 문화, 후원사 불공정 계약,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보조금법 위반과 직장 내 괴롭힘 등 문체부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의 협회장 출마에 배드민턴 관계자는 물론 국민들도 배드민턴협회 내의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역사적 폭염·열대야에 이어 11월 폭설 

반포대교의 여름밤

2024년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름철 열대야 일수 또한 20.2일로 2018년을 크게 뛰어넘는 역대 1위였다. 택시업을 하는 A(52)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 여름은 유독 택시 이용객이 증가했다”며 “무더운 날씨에 짧은 거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빠르고 시원한 택시를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한반도는 유레없는 폭염과 열대야를 앓았다.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평년(1991~2020년)보다 1.9도 높았다. 이는 근대적 기상관착이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서울은 6월 평균 최고기온이 30.1도, 7월 평균기온이 29.5도를 돌파하는 등 극한의 ‘찜통 폭염’을 앓았다. 또한 6월21일, 관측 사상 가장 이르게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폭염일수는 24일로 지난 50년 중 3번째로 많았고 평년 10.6일보다 2배를 뛰어넘었다.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2위인 2018년 16.5일보다 3.7일, 평년 6.5일보다는 3.1배 더 많았다. 이런 무더위가 발생한 이유는 티베트 고기압은 상층 대기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은 하층 대기에서 동시에 한반도를 덮으며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폭염의 여파는 가을까지 이어졌다. 가을철(9~11월) 전국 평균기온은 16.8도로 평년보다 약 2.7도 높게 나타나며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가을 기온으로 기록됐다. 서울은 9월 첫 폭염을, 춘천은 9월 첫 열대야를 겪었다. 시민 B(30)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을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여름 지나고 바로 겨울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의 폭염과 열대야는 겨울철 초입인 11월 폭설로 이어졌다. 11월 27~28일 서울에 28.6cm 눈이 쌓여 역대 3번째로 많은 눈이 쌓인 것으로 기록됐다. 11월 폭설로 인해 지역 곳곳에서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차가 미끄러지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1월 폭설로 인해 지자체 확정액만 수백억 원으로 2005년 이래 폭설 피해액으로는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번 폭설은 2025년 여름 폭염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늦가을까지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더 잘 성장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봄 기후 전망에 따르면 평균 기온은 평년 11.6~12.2도보다 높은 확률이 50%, 낮은 확률 20%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25년도 올해와 비슷하게 평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화재·폭발·역주행 잇따른 대형사고

 부천의 한 호텔에서 화재 연기가 창문을 통해 나오고 있다 / 자료제공 = 부천소방서

2024년은 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리셀 화재, 부천 호텔 화재, 시청역 역주행 사고 등으로 39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현재 재판에 넘겨졌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비슷한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아리셀 화재는 인명피해가 가장 큰 사고다. 지난 6월245일 오전 경기 화성시에 있는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부분은 외국 국적 근로자로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한국인 5명이었다.

아리셀 화재 사고 두 달 뒤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호텔에서 7명이 사망하는 화재가 발생했다. 8월22일 오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투숙객 7명이 죽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 수사 결과 ‘부천 호텔 화재’는 열려 있던 방화문, 경보기 작동 임의 차단, 간이완강기 미비치 등 부실한 소방 시설 관리와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리셀 공장 화재’와 ‘부천 호텔 화재’ 두 화재 모두 시설 관리자들의 책임 소홀이 문제로 지적됐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 미구비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호첼 화재 책임자 건문주, 운영자 등 4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축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도 인명 피해를 낳았다. 지난 7월1일 오후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인도와 횡단보도 등에 있던 9명이 숨을 거뒀고 5명이 다쳤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회사원들이 퇴근하고 회식을 하고 있는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목격했다. 

역주행 차량 운전자 차모(68)씨는 재판에서도 “가속폐달을 밟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과학수사 기법을 활용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 차씨가 가속폐달을 잘못 밟아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차 씨는 호텔 지하주차장 안에서부터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차량의 전자장치 저장정보와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지하주차장을 지나 역주행이 시작될 무렵부터 차량의 속도가 급증했다고 판단했다. 또 차씨가 페달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강한 외력이 작용해 우측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이 브레이크(제동 페달)가 아닌 가속페달과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티메프사태에 이커머스 시장 경쟁 ‘활발’

위메프 사옥(좌), 티몬 사옥 입구(우) / 자료제공 = 위메프, 티몬

지난 7월, 티몬과 위메프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판매자와 소비자는 물론, 관련 업계 전반에도 도미노 피해가 확산돼 큰 피해가 발생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환불 및 정산 지연 문제는 모회사였던 큐텐 그룹의 무리한 확장과 재정 악화로 인해 발생했다. 

큐텐은 자회사이자 물류 기업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공격적인 인수 합병을 추진했고 무리한 사세 확장에 결국 현금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위기 조짐은 지난해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2023년 10월부터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주기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 간격으로 늘리고, 정산대금 지연이 비정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2024년 7월, 두 회사는 정산대금 무기한 지연을 선언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판매자와 소비자 양측의 피해는 셀 수 없이 커졌습니다. 물건을 판매하던 대기업 유통사들은 계약을 취소하고, 여행사들도 항공권과 호텔 예약 등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많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 판매자들은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는 상황과 함께 두 회사 직원들의 퇴사도 이어졌다. 퇴직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관할 노동청에 진정이 잇따르기도 했다. 

현재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피해 금액은 약 1조5950억 원, 피해자는 약 33만 명으로 각각 추산된다.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재발을 방지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올해 이커머스 업계에서 멤버시 경쟁이 활발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의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면서 ‘탈쿠팡’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과 티몬과 위메프에서 이탈하는 이용자 속출,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커머스 업계는 멤버십 할인, 혜택 확대 등으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았고 다른 이커머스 업계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무료 멤버십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G마켓은 기존 연회비를 85% 가까이 낮추고 가입기간도 1년 연장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SSG닷컴은 멤버십 운영방식을 세분화해 기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과 생필품, 식료품 구매 혜택에 초점을 맞춘 신규 멤버십 ‘유니버스 쓱 배송 클럽’으로 이원화했다.

배달 플랫폼 ‘무료배송’ 경쟁…이중가격제 확산

지난 9월 배달 플랫폼3사(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가 배달 수수료를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올해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가 잇달아 배달 플랫폼에서의 비용 전가를 이유로 배달 가격을 오프라인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중가격제 확산을 두고 쿠팡이츠는 “경쟁사 문제 탓”이라며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고 업주에겐 어떤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이중가격제에 대해서는 “특정 배달업체에서 무료 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마치 배달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쿠팡의 주장에 배달의민족은 “당사가 제공하는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데 유감”이라며 “이같은 주장을 지속할 땐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쿠팡이츠에 경고했다.

요기요 “경쟁 배달 앱들이 일부 배달 유형에만 무료 배달 비용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요기요 라이트’는 배달 유형에 상관없이 고객 배달비를 100% 지원한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배달의 유형이 다른 배달의민족과 자체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이츠 두 플랫폼을 지적했다.

걷잡을 수 없었던 배달플랫폼3사가 지난 11월 12차 회의를 가진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중개수수료를 현행보다 일부 낮춘 차등수수료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상생협의체 회의가 시작된지 115일 만이다. 

상생협의체에서 상생방안이 도출된 만큼 각 배달플랫폼 사업자별로 신속한 시스템 정비를 거쳐 상생방안 시행을 위한 시스템 정비를 거쳐 2025년 초에는 이번 회의에서 제시한 상생방안이 적용·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이번 협의체 결과를 두고 ‘반쪽 합의’, ‘졸속 합의’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긴급 찬반 투표를 열었고 결과, △반대 975표 88.1% △잘 모르겠다 88표 7.9% △찬성 44표 4.0%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최종 합의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상위 35% 거래 업주들 입장에서는 상생안이 현행과 별 다른 차이가 없어서다. 100일이 넘도록 회의를 거쳤지만 최종안이 대다수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자영업자 김(42)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수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수수료가 논의대상인점부터가 잘못됐다”며 “뒤에서는 광고, 배달비 등 본인들 수익을 극대화하며 업주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시켜놓고 이제 와서 상생안 같지도 않은 상생안이라고 가지고 온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순탄치 않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대왕고래프로젝트

지난 6월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 및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가 다시 산유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하지만 야당 측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에 대한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작부터 난황을 거쳤다.

2025년 예산안을 놓고도 공방이 이뤄줬다. 야당 측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왕고래 사업예산을 지곤 505억5700만 원에서 8억3700만 원으로 98%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며 힘을 과시했고 정부는 이제 ‘차질 없는 사업추진’ 의사를 밝히며 평탄치 않을 미래가 예견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해제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부와 업계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체코 원전 수주 등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던 국책 사업들이 향후 문제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석유공사와 산업부가 예산의 절반씩을 각각 부담한다. 이미 해외 선사 등과 계약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당장의 급한 불은 석유공사 부담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추가 재원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예산 전액 삭감에 이어 계엄 사태까지 얹어지면서 사실상 야당과의 협상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엄 사태로 인해 예산안 협상은 계엄 사태 대응의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당장 시추선이 작업을 시작하게 될 예정이지만 안정적인 시추 작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약 2년 주기로 총 5번의 시추 탐사 작업이 예정돼 있다. 각 작업 당 최소 1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다음 달 시작되는 1차 시추 탐사 작업에 이어 2차 시추 작업은 2026년쯤 이뤄질 전망인 만큼 차기 정권이 해당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지도 미지수다.